「 하지만 청소를 하고 누군가를 위해 요리를 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닐까. 그것이 견딜 수 없게 느껴졌던 것은 단지 그것이 그녀에게만 강요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거울 속에서 서글프게 빛나던 혜완의 눈이 점차로 무표정하고 냉랭하게 돌아왔다. "그래, 그게 자발적인 거였다면 더할 수 없는 사랑의 표현일 테지." 」 「 어차피와 절대로와 그래도의 차이는, 이제 마치 영점영일 도의 각도가 10년 동안 우주로 달려나가 만든 그 거리처럼 까마득하게 혜완에게는 느껴지는 것이었다. 혜완은 말하고 싶었다. 경혜야, 나 같으면 절, 대, 로, 그렇게는 안 살 텐데. 그러면 영선은 말하겠지. 그래도, 어떻게 하니? 이런 생각을 하다가 혜완은 웃어버렸다. 」 「 누군가가 불행하다는 걸 먼저 눈치채는 일은 실례라고 혜완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