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The Cabin in the Woods (캐빈 인 더 우즈)

펄수성 2021. 1. 2. 09:42

이 리뷰에는 마구잡이로 스포가 나옵니다.

 

 

말이 필요 없는 내 취향 호러 영화 그 자체. 사실 호러적인 요소도 그렇게 강하지 않고 오히려 코미디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호러 영화의 클리셰들을 창의적으로 비틀고 또 생각지도 못한 반전도 숨겨 놓았다. 계속 볼까말까 고민했던 영화인데 정말 재밌게 봤다. 진작 볼걸. 당신이 무엇을 기대하든, 이 영화는 당신의 상상보다 막돼먹고 맹랑합니다.

 

애들이 막 캐빈에 들어온 후 제시 윌리엄스가 거울의 비밀을 발견하는 씬에서 언니가

"어! 쟤 마커스 아니야?!" 이래서 보니 진짜 마커스여서ㅋㅋㅋㅋㅋㅋ 영화 내 제시 윌리엄스가 어떤 이름인지는 기억도 안나고 그냥 마커스라고 계속 불렀다ㅋㅋㅋㅋ 마커스! 힘내! 너만큼은 살아나가! 하면섴ㅋㅋㅋㅋㅋㅋ 마커스,, 응원했는데 녀석,,, 진짜 인간이 되었구나. 심지어 크리스 헴스워스도ㅋㅋㅋㅋㅋ 영화 보는 내내 저거 토르야? 토르 닮았는데 설마 토르는 아니겠지. 했는데 토르 맞음. 그래서 이 영화엔 토르와 마커스, 줄리와 다나, 그리고 약쟁이 너드 마티가 나온다.

 

좌우지간 영화는 두 장소와 상황이 계속 번갈아가면서 진행된다. 연구소와 캐빈. 연구진과 5명의 놀러온 학생들. 연구진이 미리 준비해놓은 세팅 속에서 학생들은 자신들이 외부에서 조종 당하는 것도 모른 채 의식 대로 하나하나 죽는다. 사일런트 힐 같은 호러게임/영화에 나오는 크리쳐들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실제 영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도 있고 오리지널 크리쳐도 다수이다. 학생들이 자신도 모르게 집은 물건이 특정 크리쳐를 소환하는 매개체인 것도 감동스럽다. 진짜 어떻게 이렇게나 내 취향을 반영한거지. 그리고 그 소환된 크리쳐들은 숲에서부터 캐빈으로 학생들을 조여온다.

 

제일 눈치가 빨랐던 마티가 허무하게 썰리고 줄스와 함께 죽은 줄 알았던 토르가 돌아와서 친구들을 챙기는 장면부터가 찐이다... 앞으로 터질 뒤통수의 시작. 뭐 그 전까지 애들이 죽는 장면이야 어떻게 보면 클리셰대로 죽은 것인데. 오토바이에 올라타 친구들을 위해 꼭 경찰과 함께 돌아오겠다던 토르가. For Jules. 하고 비장하게 날아올랐는데. 죽더라도 크리쳐에 당해서 죽을 줄 알았지 그 AT필드에 부딪혀서 허무하게 낙사할 줄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보면서 헐? 헐?? 헐????? 진짜 죽은거야? 저렇게? 너무 충격적이어서 못 믿었음.

 

친구의 허무한 추락을 눈 앞에서 목격하고, 앞에 있는 터널은 막히고. 희망이라곤 한 톨도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살아남기 위해 차에 올라탄 다나와 마커스. 사실 이 둘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순식간에 또 한 명 보내버릴 줄은 몰랐다. 아니 토르가 절벽에 탱탱볼마냥 튕기면서 떨어진 지 10분도 안 지난 거 같은데 벌써??? 그것도 멘탈 단단한 마커스가 다나에게 너만큼은 지켜주겠다. 나에게 남은 건 너하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제일 멋있는 순간에 제일 빠르게 순삭당했다.

 

다나가 죽든 말든 스크린 속에서 피를 토하든 말든 축배를 들어올린 연구진. 불행은 가장 방심한 순간에 찾아온다고 하던가. 전화벨이 울리고 이제부터 진짜 영화가 시작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지금까지의 모든 것은 다 이 순간만을 위한 빌드업이었다!!! 제엔장, 마티! 녀석, 믿고있었다고!!!

 

내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감명받았던 점은 클리셰 대로 따라가는 듯 하면서 제대로 다 엎었다는 것이다.

약을 한 덕분에 세뇌당하지 않은 마티. 피지컬도 약하고 커플로 엮일 여자애도 없고. 공포영화에서 겁먹은 채로 우왕좌왕 도망치다 죽기 딱 좋은 역할인 마티가 끝까지 살아남아 다나까지 구해준 것은 상상도 못했고 서사를 더욱 끌어올렸다. 물론 진주인공 마티는 위트도 넘친다. 좀비팔에게 칭찬을 잊지 않는 세심함도 갖췄다. 진실을 알게 된 후 눈 앞에 펼쳐지는 막장 of 막장 전개에 정신이 혼미해지지만 다나와 마티는 사이좋게 지금까지의 좃같음을 돌려주기로 한다. 내 생각에, 그 큐브st 장면과 엘리베이터로 배달되는 크리쳐들은 공포영화계 손에 꼽는 레전드 장면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유니콘... 딴 것보다도 유니콘이 제일 인상깊었다.

 

마지막 남은 연구원을 처치하고 마티가 총을 다나에게 건네줄 때 진짜 뭐냐고ㅠㅠㅠ 이미 내 머릿속에 죽은 마커스는 잊혀졌고 멋지고 훈훈한 그저 빛마티ㅠㅠㅠㅠ마티 최고ㅠㅠㅠ 근데 설마 이게 마티가 죽는다는 복선은 아니겠지 제발... 마티살려 죽일거면 다나를 죽여ㅠㅠㅠ 다나 네 이놈 마티를 배신하면 진짜 배은망덕한 놈 복수할테다 살아나가지 못하리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사실이 되었어요. 복수는 웨어울프가 해줬다. 그리고 그 돌로레스 엄브릿지 같은 놈도 다나가 소환한 소녀 괴물이 처리해주었다. 이보다 더 속시원하고 깔끔한 전개는 있을 수 없을 것 같다ㅋㅋㅋㅋㅋ

 

서로가 배신 때린 후라 다시 친구하기 민망할 거 같은데 그래도 지구 최후인거 둘이 붙어 앉아 도란도란 얘기하는 것도 말 하나하나 너무 웃기고...

"미안." "아니야, 너 웨어울프한테 뜯기게 하고 지구 멸망시켜서 미안." "아냐, 지구도 멸망할 때 됐지..." 이 무슨 미안, 아냐 내가 더 미안이냐고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다나가 했던 말도. "내 생각에... 커트한테 삼촌이 없었던 것 같아." 라니!!!! 그럼 처음부터 토르는 조종 당하던 중이었던가 아니면 토르도 그 광신도 같은 연구원 중 하나였던건가...

 

어쨌든, 이 영화는 한 마디로 정리가 된다. 그리고 세상은 멸망했다. 캐빈 인 더 우즈!